[김화진 칼럼]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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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정치학
  • abc경제
  • 승인 2020.03.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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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13일 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만나 축구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WHO를 지원할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회담 후 FIFA와 WHO는 “모든 스포츠기구는 철저한 위험평가에 근거해 각국의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관중, 선수, 코치, 지역사회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안전한 경기가 운영되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금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연기가 논의되고 있고 IOC의 바흐 위원장은 WHO가 요청하면 올해 올림픽 개최를 단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축구계도 이벤트와 경기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선수들 중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힘겹게 무관중 경기를 해오던 각국의 프로리그와 국제경기가 중단되고 있고 아시아에 이어 남미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도 연기되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자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 성급하게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카타르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일뿐 아니라 중동의 정치외교 지형에서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향후 상황의 전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9년 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카타르는 개최국 아랍에미레이트(UAE)를 4대0으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한 대로 아시안컵 대회는 단순한 축구대회가 아니라 걸프 지역 중동 국제관계의 축소판이었다. 축구는 강력한 외교 무기여서 카타르가 거둔 성과는 대단했다.

2017년 6월부터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카타르를 경제봉쇄 중이다. 카타르의 친이란 정책과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지원이 이유다. 외교관계도 물론 단절했고 사우디는 심지어 3면이 바다인 카타르 국경에 운하를 파서 카타르를 섬나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어서 카타르 사람들은 아시안컵 경기를 보기 위해 UAE에 원정 갈 수가 없었다. 카타르팀은 적지에서 홈팬들의 야유를 받으면서 개최국 팀을 물리쳤다. 온 카타르가 뒤집어졌다.

세계 3대 천연가스 생산국, 인구 260만, 국민소득 6만6000 달러인 카타르는 오토만제국 지배하에 있다가 1차 대전 후 영국령에 편입되었다. 1971년에 독립했다. 2014년에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과 시리아내 급진파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주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막강한 국영 알자지라 방송과 돈으로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정권(쿠데타로 실각 후 카타르로 망명)을 지원했다. 2017년 6월, 이집트, 사우디, UAE, 바레인, 예멘이 외교관계를 단절했고 카타르는 이란과 터키에 급속히 가까워졌다.

중동 최초로 2022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카타르는 2019년 4월에 사우디와 UAE 후보를 물리치고 자국 인사를 FIFA 집행위원회에 진출시켜 국제 축구계에서 목소리도 더 커졌다. 아시안컵 우승으로 걸프지역 축구 최강자로 등장한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개최로 국가 브랜드와 국가적 지위를 공고히 할 참이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FIFA 인판티노 회장의 친분을 활용, 2022 월드컵 참가팀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는 안을 만들어 일부 공동개최하려고 시도했다. 경제봉쇄 때문에 그게 어려우면 봉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오만과 쿠웨이트라도 내세워 카타르를 물타기 하고 싶었다. 경제봉쇄국팀이 출전하면 카타르를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48개국 월드컵은 약 4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FIFA도 동조했다.

그런데 정작 인판티노의 요청에 오만과 쿠웨이트가 고사를 했다. 그래서 FIFA는 2019년 연차총회에 48개국 안건을 올리려다 접었다. 인판티노의 외교 감각 부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판티노가 중동평화에 기여해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한다든지 축구를 통해 사우디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말도 돌았지만 사실 FIFA는 사우디의 재정지원으로 클럽 월드컵 업그레이드와 글로벌 내이션스 리그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와 적대관계인 중동 국가들은 이제 2022 대회 보이콧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경우 국민 여론이 보이콧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반대로, 참가하는 경우 팬들도 카타르로 원정 가게 될 것이고 이는 마치 카타르가 외교적으로 인정받는 모양새가 된다. 카타르의 외교적 승리는 명약관화이고 카타르에 대한 경제봉쇄도 약화될 수 있다. 카타르가 중동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도하포럼을 통해 벌여 온 외교전보다 몇 배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2022년에 예정대로 월드컵이 개최되고 카타르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중동지역 정세가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관계 복원과 중동평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좋을 것이지만 카타르 축구의 성공이 오히려 중동 정세의 긴장과 대립을 더 촉진할 위험도 크다. 우리나라는 중동지역과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2022 월드컵의 외교적 파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이 결실을 보고 각 스타디엄마다 관중이 가득 찬 축구경기가 재개되기를 기원한다.(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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