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폐쇄' 맞아? 마켓컬리 상온1센터, 문 활짝 열린 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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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폐쇄' 맞아? 마켓컬리 상온1센터, 문 활짝 열린 채 방치
  • abc경제
  • 승인 2020.05.2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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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단지에 위치한 마켓컬리 상온 1센터 하역장 출입문이 '긴급방역 임시폐쇄'라는 문구를 붙인 채 활짝 열려 있다.2020.5.28/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엘리베이터 한번 타 보세요. '폐쇄' 딱지만 붙여놨지 다들 왔다 갔다 해요. 마스크 쓰든 벗든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요"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28일 만난 근무자 A씨는 "어제 확진자가 나온 것이 거짓말 같다"고 말했다. 그의 옆에서는 택배기사 둘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택배 상자를 날랐다. 안쪽에서는 직원 서너명이 다닥다닥 붙어서서 상품을 분류하고 있었다.

A씨는 "바로 이 건물이 어제(27일) 마켓컬리 확진자가 나온 건물"이라며 "엘리베이터에 '임시폐쇄' 한 장 붙여놨을 뿐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직원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물류센터가 새로운 '감염 진원지'로 떠올랐지만, 정작 방역망은 허점이 숭숭 뚫린 채 방치돼 있었다. '방역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집단감염 공포'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28일 서울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에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근무를 하고 있다.2020.5.28/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허울뿐인 '긴급 폐쇄'…엘리베이터·화장실 이용해도 관리 X

이날 마켓컬리 상온 1센터가 있는 서울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단지는 평소처럼 바쁘게 컨베이어벨트가 돌고 택배 차량이 끝도 없이 오가고 있었다.

서울복합물류단지는 쿠팡·롯데·한진·CJ·GS·마켓컬리 등 다수의 물류업체가 밀집한 종합물류센터다. 각각 10여개 물류업체가 입주한 건물만 6개, 하루 출입자만 1000명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6개 동 건물 외부 어디에도 감독자는커녕 '경고 문구' 한 장 붙어있지 않았다. 마켓컬리 확진자가 나온 D동 건물조차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벗거나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마켓컬리와 방역당국과 따르면 마켓컬리는 전날(27일) 직원 B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사업장을 긴급 폐쇄했다. 송파구청이 공개한 동선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4일 물류단지 내 편의점에 들렀다가 D동 상온 1센터로 출근했다. B씨는 엘리베이터와 D동 3·4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곧장 D동 3과 4층을 폐쇄했지만, 하루가 지난 28일 폐쇄 구역은 뻥 뚫려 있었다. B씨가 이용했다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임시 폐쇄'를 알리는 경고장이 붙었지만, 근무자들은 아랑곳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렸다.

쿠팡 물류센터가 있는 5층 엘리베이터 앞은 아예 안전선이 한쪽으로 밀려나 있기도 했다. 출입금지 경고장이 붙은 공용 화장실마저 방금 사용한듯한 물기와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심지어 마켓컬리 상온 1층 물류센터 하역장은 출구가 열려 있었다. 철문 정중앙에는 '긴급방역 임시폐쇄'라는 경고문구가 붙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문은 활짝 개방된 셈이다.

한 D동 입주사 관계자는 "어제는 확진자가 나왔다며 방역을 하고 난리가 났는데, 오늘은 누구도 폐쇄 구역 출입을 단속하는 사람이 없다"며 "하루에도 수백명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3~4층만 폐쇄하고 나머지는 정상 운영을 해도 괜찮은 건가"하고 반문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서울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단지 내 마켓컬리 입주 단지. 27일 건물 일부를 폐쇄하고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앞에 안전선을 설치했지만, 안전선이 한쪽으로 밀려나 있다.(위쪽) 마켓컬리 직원들이 일렬로 앉아 쉬고 있다. 2020.5.28/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터질 게 터졌다' 허술한 관리 지적…전문가 "방역 실패한 것"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일부 폐쇄를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D동으로 출근해야 하는 직원 사이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평소 허술했던 방역 조치를 지적하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택배기사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물류센터 한구석에 열 감지센서를 놓고 알아서 체온 검사를 하도록 한다"며 "체온 검사를 그때그때 감독하는 사람도 없고, 손 소독제는 엘리베이터에 걸려있는 것 하나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택배기사는 "업체마다 출근 시간도 다르고 왕래가 없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만 300명이라는데, 그중 누군가는 편의점이나 식당,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했을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복합물류단지 초기 방역이 미흡했다고 입을 모았다. 물류센터 발(發) 집단감염이 더 확산할 경우 '비대면 배송'을 당분간 포기해야 한다는 극약처방도 나왔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마켓컬리 상온 1센터가 근무자 간 거리를 유지하는 환경이었다고 하더라도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가 편의점, 식당을 이용했다면 불특정 다수까지 위험할 수 있다"며 "일부 폐쇄가 아닌 건물 전체를 폐쇄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 교수는 마켓컬리 상온 1센터가 폐쇄된 이후 사실상 방치된 점에 대해 "외부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출입할 정도라면 폐쇄 조치가 제대로 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감염 구역을 폐쇄한다면 경고문구 외에도 관리자가 상주하면서 출입을 통제했어야 한다"며 "방역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쿠팡 물류센터부터 집단감염은 시작됐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제는 다른 물류센터에서 유사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대비해야 할 때"라며 "만약 방역지침 준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배송)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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