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 물류센터의 민낯..."생활속 매일 접촉, 방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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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발 물류센터의 민낯..."생활속 매일 접촉, 방역은 없었다"
  • abc경제
  • 승인 2020.05.3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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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가 운영을 중단하며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5.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코로나19 덕에 제일 잘 나간 곳이 물류센터에요. 하지만 가장 위험한 곳도 물류센터였어요. 모순(矛盾)이죠"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쿠팡 물류센터로 옮겨붙으면서 폭발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돌파하면서 물류센터의 허술한 '방역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물류센터의 민낯은 참담했다. 상당수의 물류센터가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생활방역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첫 확진자 발생 후에도 업무를 강행해 더 큰 화(禍)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물류센터는 누구보다 일상과 가까워졌지만, 정작 '방역'과 '책임'으로부터는 가장 멀었던 셈이다. 31일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로 번질 수밖에 없었던 물류센터의 '방역 사각지대'를 짚어봤다.

◇"수백명 다닥다닥 모여 근무…마스크 벗어도 통제는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죠. 어디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면 반짝 소독하고 마스크를 써요. 그때뿐입니다. 곧 다시 마스크를 벗어요"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 11시 기준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08명으로 늘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총 확진자가 269명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7일 만에 '물류센터'를 매개로 바이러스 전파력이 40% 폭증했다.

업계는 대다수의 근로자가 일용직으로 채워졌던 '노동 집약형' 근무 환경이 급격하게 늘어난 주문량과 맞물리면서 집단감염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한다.

물류센터는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모아 분류·포장한 뒤 배송지와 가까운 거점으로 발송하는 '허브'(HUB)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시대'가 열렸지만, 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나르는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한다.

이커머스가 앞다퉈 경쟁하는 '새벽배송', '총알배송'이 가능하려면 일손을 최대한 늘려 효율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한 물류센터 관계자는 "명절 시즌처럼 매일매일 온라인주문 물량이 산더미처럼 쏟아졌다"며 "코로나19가 절정일 때도 팔을 조금만 뻗으면 옆 사람이 닿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서 일했다"고 고백했다.

'물량 밀어내기'가 최우선이다 보니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 등 '생활방역'은 슬그머니 뒷전을 밀려나기 일쑤다. 택배기사 A씨는 "출근할 때 받는 체온 검사와 손 소독이 유일하다"며 "상자를 30분만 날라도 숨이 턱 막히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데, 누구도 통제하는 사람은 없다"고 귀띔했다.

대다수가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인 점도 방역을 허술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조사에 따르면 쿠팡 부천 물류센터의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97.3%에 달했다. 이 중 31.3%는 열이 나거나 몸이 아파도 출근을 했다고 답했다. '아프면 쉰다'는 생활방역 기본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중대본은 지난 28일 "부천 물류센터 내 작업 모자나 신발, 옷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생활방역수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근로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상자를 나르고 있다(위쪽). 물류센터 근로자들이 모여 흡연하고 있다.2020.5.28/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쿠팡 '도덕적 해이'가 참사 불렀나…"확진 알고도 업무 강행"

쿠팡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는 쿠팡이 확진자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숨긴 채 업무를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수백명의 직원들이 정상 출근하면서 '집단 감염' 사태로 확전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8일 쿠팡 부천 신선물류센터에 대해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물류센터 특성상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힘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쿠팡 측의 초기 대응에 아쉬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진자 발생 전 방역수칙 철저히 지켰는지 의문 제기하는 보도가 많고 "확진자 발생 후에도 근무자들이 방치돼 감염 위험에 장시간 노출됐다"며 "역학조사에 필요한 배송직원 명단 제공이 장시간 지연돼 특별사법경찰의 강제 조사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문량을 처리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일시적인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 같다"고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언택트 덕에 코로나19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부상했다가 신뢰를 잃어버린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가장 톡톡하게 누린 '수혜기업' 중 하나다. 언택트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쿠팡의 일일 주문량은 평균 200만건에서 330만건으로 65% 껑충 늘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역대급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쿠팡 물류센터 사태'를 계기로 방역수칙 규정과 안전망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안전모와 옷, 신발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것은 사실상 물류센터 전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녔다는 의미"라며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이나 기본적인 소독조차 미비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 교수는 "대부분이 일용직인 물류센터의 특성상 근무자에게만 방역수칙 준수의무를 지우는 것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마스크를 더 많이 지급하거나 곳곳에 자동 손 소독제를 설치하는 디테일부터, 물량을 줄이고 근로자 간 거리를 넓히는 차원까지 근로환경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류센터 집단감염이 더 악화할 경우 '비대면 배송'을 당분간 포기해야 한다는 극약처방도 나왔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쿠팡으로부터 집단감염은 시작됐다"며 "이제는 다른 물류센터에서 유사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방역지침 준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배송)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운영을 중단한 쿠팡 부천오정물류단지. 2020.5.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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