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농심...라면업계 '완도산 다시마' 신경전 왜?
상태바
오뚜기, 농심...라면업계 '완도산 다시마' 신경전 왜?
  • abc경제
  • 승인 2020.06.11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완도산 다시마'가 라면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라면과 다시마가 무슨 관계냐"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라면회사들은 다시마 업계의 '큰손'입니다. 라면의 맛을 내는 데 다시마가 나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한 방송에서는 오뚜기가 다시마 재고 처리를 위한 '키다리 아저씨'로 등장했습니다. 완도 다시마는 일조량과 바람이 적당해 최상급 품질을 자랑하지만 최근에는 재고가 2000톤이나 쌓여 골치를 앓고 있는 상태였죠.

'맛남의 광장'을 촬영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다시마 재고 처리를 위해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이에 함 회장은 "우리가 지금 다시마 들어간 게 있는데 2장 정도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나겠다"며 선뜻 화답합니다. 정말 칭찬받을 일이죠.

방송을 본 소비자들도 '갓뚜기'가 또 일냈다며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실제 오뚜기는 약속처럼 완도산 다시마 재고를 사들여 '오동통면 맛남의 광장 한정판'을 선보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방송예고가 나오자 마자 한정판 제품이 나온 것을 두고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방송촬영일과 실제 방송이 이뤄지는 날짜 다른데서 오는 '착시'입니다. 방송은 지난 4일 공개됐지만 촬영은 이미 한 달 전에 끝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달은 완도산 다시마를 추가 구매하고 이를 신제품에 반영하는데 충분한 시간입니다.

반응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착한 가격에 갓뚜기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온라인 판매 이틀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됐습니다. 이 정도면 남은 다시마 재고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경쟁사인 농심은 지금 상황이 다소 불편합니다. 완도산 다시마를 넣은 라면의 원조는 누가 뭐라 해도 1982년 선보인 '너구리'기 때문이죠.

닐슨코리아 기준 지난해 매출은 너구리가 970억원인 반면 오뚜기 오동통면은 80억원에 불과합니다. 10배가 넘게 차이가 납니다. 추가로 오뚜기가 구매하는 물량을 다 합치더라도 농심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농심은 매년 약 400톤의 완도 다시마를 사들입니다. 너구리 출시 이후 누적 구매량은 1만5000톤에 달할 정도죠. 한해 구매하는 다시마는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입니다.

농심 입장에서는 그동안 상생을 위해 완도산 다시마를 대거 사 왔는데, 오뚜기만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가져가니 억울할 만도 합니다. 농심 내부에서는 푸념 섞인 소리도 들립니다.

오뚜기의 통 큰 결단도 좋지만, 그동안 농심이 보여온 진심도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