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년 만에 '시민 품으로'…용산공원 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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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 만에 '시민 품으로'…용산공원 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
  • abc경제
  • 승인 2020.07.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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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가공원이 8월부터 일반에 부분개방된다. 장교숙소 5단지 내 '들내봄내'의 모습. ©뉴스1 전형민 기자

"가보시면 그냥 살고 싶을 겁니다. LH에서 지었지만, 집의 형태나 조경수가 심어진 게 꼭 미국 뉴저지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 같아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옛 용산 미군기지 장교숙소 5단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8월부터 일반에게 상시 개방하기 전 미디어에 먼저 공개한 행사에서다.

광화문 정남쪽, 대한민국 수도 한 가운데 여의도 만한 지역, 철조망과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일제 치하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곳.

옛 용산 미군기지는 그동안 질곡의 우리 근현대사를 함축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장소다. 지난 1904년 일제가 위수령을 선포한 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정작 우리 국민은 100년이 넘도록 그 땅을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용산 국가공원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한·미 정상이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에 합의한 후 17년여 만이다. 116년 동안 우리 국민이 밟지 못했던 그 금단의 땅을 다녀왔다.

용산국가공원이 8월부터 일반에 부분개방된다. 장교숙소 5단지 내 '새록새록'. ©뉴스1 전형민 기자

◇8월부터 1만2000여평 상시 개방…소통의 장으로

총 330만㎡(100만평)에 달하는 용산 국가공원 부지 중 이날 공개된 지역은 지난해까지 주한미군 장교숙소 5단지였던 동남쪽 끝단 경의선 서빙고역 앞 4만㎡(1만2000여평)다.

100여년 만에 공개된 서울 한복판의 제한구역 첫인상은 '평화롭다'였다. 첫 건물인 안내라운지를 통과해 건물 모퉁이를 돌자, 널따란 푸른 잔디밭과 나란히 선 2층짜리 붉은 벽돌집이 눈 앞에 펼쳐졌다.

담장 밖 차들이 바쁘게 오가는 왕복 8차선 도로의 소음도 순간 들리지 않았다. 길목에 영어로된 팻말이 이곳이 한국, 그중에서도 2000만명이 활동하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한복판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해줬다.

7월 한껏 푸르른 잔디를 밟으며 걷다보니 야외 갤러리 '새록새록'이 나타났다. 단지 어린이 놀이터에 용산기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과거 사진과 공모전 작품 등이 게시됐다.

사진들을 지나쳐 길을 따라 걸으면 풀내음 가득한 잔디밭 '들내봄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내봄내는 소규모 야외활동과 휴식이 가능하도록 조성된 잔디마당이다.

들내봄내 한편으로는 집담소인 '도란도란'과 자료실인 '차곡차곡'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2층 건물을 개조해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1층)와 간단한 강연이 가능한 소규모 강의실을 포함한 자료 아카이브 공간이다.

카페를 통과하면 그늘막과 데크를 설치한 야외무대 '파빌리온'과 실제 장교숙소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한 오픈하우스 '오손도손'을 둘러볼 수 있다.

공개된 길의 끝에는 단층짜리 264㎡(80여평) 탁아소를 리모델링한 전시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전시공간에서는 용산공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5분짜리 안내 영상과 현재 용산공원을 500분의 1로 축약한 실측조감도, 용산공원 관련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8월부터 이곳을 상시 개방구역으로 일반에 공개하고 이곳을 용산공원의 비전을 논의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용산국가공원이 8월부터 일반에 부분개방된다. 옛 용산미군기지 시절 담장의 일부를 보존한 전시물. ©뉴스1 전형민 기자

◇치유의 공원…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공간으로

이번에 용산공원 일부만 공개한 국토부는 8월부터 국민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이르면 2022년부터는 본격적인 공원조성을 시작하고 점차 개방 면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용산공원은 '치유'를 계획개념으로 정했다. 용산공원 부지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외국군이 주둔해오면서 식민과 냉전,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누적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그동안 군사기지로 사용되면서 훼손된 지형을 회복하는 '지형의 치유'에 나선다. 북악에서 남산, 한강, 관악으로 이어지는 서울 핵심 녹지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일군영과 미군영을 거치며 세워진 건물 1100여채도 역사적 가치가 있고 꼭 필요한 100여채만 남기고는 철거한다. 다만 철거하더라도 그 흔적을 남겨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녹지 비율도 대폭 확대해 서울의 중심지이자 허파로 자리매김시킬 전망이다. 현재 46.5% 수준인 구역 녹지 비율을 83%까지 끌어올리고 용산 호수를 조성한다.

유홍준 전 청장은 "우리의 아팠던 기억이 스며있는 이곳이 서울의 허파로 재탄생한다는 게 용산공원의 역사적 문화사적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가공원이 8월부터 일반에 부분개방된다. 전시관에 배치된 용산공원 모형 조감도. ©뉴스1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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