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낮잠 자고 가전제품까지 산다?…'슬세권' 편의점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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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낮잠 자고 가전제품까지 산다?…'슬세권' 편의점의 변신
  • abc경제
  • 승인 2020.08.0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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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세상 물정을 보려면 편의점에 가라'는 말이 있다. 편의점만큼 변화무쌍한 공간이 없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많다 보니 시대와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진열대는 늘 최신 상품으로 채워지고, 인기가 살짝만 시들해져도 순식간에 빠진다.

하지만 편의점 그 자체는 30년간 크게 바뀐 것이 없다. 간판만 다를 뿐 편의점마다 같은 상품을 비슷한 가격에 팔았다. 네모난 매장 형태도 비슷하다. 집 앞 편의점을 두고 구태여 건너편 편의점을 가는 사람은 없었다.

편의점이 다시 진화하고 있다. 친환경, 만물상, 카페형 등 저마다 '특색'을 내세우며 길을 건너게 만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는 소비자를 '건너편 편의점'에 뺏기지 않으려는 '슬세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슬세권은 '슬리퍼를 끌고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상권'의 준말이다.

GS25 강남동원점 전경. 일반 편의점에서 찾기 힘든 가전제품(아래쪽)이 진열돼있다.2020.7.30/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슬세권 시대, 편의점 홀로 '독주'…GS25 "가전 팔자마자 완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상권이 '슬세권'으로 좁아졌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가던 고객은 이제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시대입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 19.9%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매출은 3.4%, 2.1%씩 성장했다.

이경희 이마트유통산업연구소장은 지난 21일 '포스트 코로나시대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출이 역성장했지만,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20~30%씩 성장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대신 동네 상점에서 장을 보는 '슬세권'이 뜨고 있다"고 진단했다.

온갖 다양한 수요가 편의점에 집중되자 편의점도 '만물상'으로 변신했다. 집 앞까지 상품을 가져다주는 '배송 서비스'는 기본이다. 과일·채소·축산부터 선풍기, 장난감, 치킨, 반려동물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

GS25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자리한 GS25 강남동원점은 입구에 들어서면 '식품관'부터 펼쳐진다. 1인 가구와 직장인이 밀집한 주변 환경을 고려해 바나나, 사과, 자두, 토마토, 포도 등을 먹기 좋게 소포장해 진열했다.

옆 진열대에서는 '치킨·콜라 세트'를 판다. 유명 치킨프랜차이즈 가격의 절반 수준인 9900원이다. 치킨을 주문하면 계산대 옆에 마련된 조리실에서 직접 닭을 튀겨준다.

GS25 강남동원점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가전제품'을 판다는 것이다. 갓 입고된 신상품 '크로플' 와플메이커 한가득 진열됐다. 독일 가전제품 제조사 보만(BOMANN)이 만든 와플 크로와상 제빵기다. 가격도 2만8000원대로 온라인 최저가 수준이다. 여기에 크로와상 생지 22개를 덤으로 얹어준다.

편의점이 가전 판매에 나선 것은 다소 생뚱맞지만, 조기 품절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 GS25는 지난 6월 서큘레이터를 시작으로 첫 가전 판매에 나서자마자 '조기 완판'을 찍었다. 이효원 GS25 강남동원점 담당은 "고객이 먼저 와서 '이런 건 안 팔아요?'라고 요청할 정도"라며 "시장 수요를 반영해 품목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CU 서초그린점 전경. '친환경 녹색제품' 진열대에 환경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상품이 진열돼 있다.2020.7.30/뉴스1© 뉴스1 최동현 기자

◇"빨대부터 페인트까지 必환경"…CU, 친환경 편의점 키운다

GS25가 이색 상품으로 시장 수요를 끌어안는 '만물상'을 지향한다면, '친환경 매장'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선 편의점도 있다. 바로 CU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에 국내 첫 도심형 친환경 편의점 'CU 서초그린점'(Green Store)를 열었다. 빨대부터 비닐 봉투, 페인트까지 모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필(必) 환경 매장'이다.

CU 서초그린점은 전력부터 수도, 진열대까지 친환경 테마에 맞춰 BGF리테일이 직접 설계했다. 매장 등기구는 태양광으로 운영된다. 음료와 신선식품을 진열하는 오픈쇼케이스에는 '프리 플로우'(Free-Flow) 시스템을 적용해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매장 전력은 '에너지 관리 시스템'(REMS)로 통제하기 때문에 전기료를 최대 20% 절감할 수 있다.

편의점의 골칫거리인 음식물쓰레기를 확 줄여주는 '음식물 처리기'도 CU 서초그린점에서만 볼 수 있다. 이원석 CU서초그린점 매니저는 "음식물 처리기를 이용하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85%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CU 서초그린점을 자주 찾는다는 이모씨(33·여)는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나 쓰레기 배출량이 상당히 많다는 인식이 있다"며 "친환경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서 기왕 편의점을 이용해야 할 때면 이곳으로 온다"고 말했다.

서초그린점에만 있는 '친환경 녹색제품'도 인기가 높다. CU 서초그린점은 생분해성 소재로 만든 지퍼백, 비닐장갑, 에코백을 진열해 판매 중이다. 모두 환경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상품이다. CU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친환경 녹색제품을 처음 선보인 이후 매출이 20% 늘었다"며 "CU가 추구하는 친환경 이념에 많은 고객들이 호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 세종대로카페점 2층 '북&아지트 카페' 전경(세븐일레븐 제공)© 뉴스1

◇"먹고 놀고 잠도 잔다"…세븐일레븐 '카페형 편의점' 인기

단순 '소비 공간'을 넘어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편의점도 있다.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시청 앞. 직장인들이 바쁘게 오가는 빌딩 숲속에 한적한 카페가 숨어있다. 이름부터 '북&아지트'(AGIT·비밀 공간)인 이곳은 세븐일레븐 세종대로카페점이다.

'북&아지트 카페'는 편의점 1층 안쪽 계단을 통해야 올라갈 수 있다. 입구조차 잘 보이지 않는 은밀한 공간이지만 점심땐 늘 '만석'이다. 다른 카페와 달리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데다, 눈을 붙일 수 있는 '캡슐방'까지 있어 늘 단골이 많다.

카페형 편의점은 세븐일레븐이 꼽은 '미래형 편의점 모델' 중 하나다. 편의점을 잠깐 머물다 지나치는 곳이 아닌 먹고, 마시고, 놀고, 쉬는 복합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아직은 낯선 공간이지만 일반 카페보다 편의시설은 더 다채롭다. 세종대카페점 '북&아지트 카페' 입구에는 간편도시락부터 라면, 스낵, 음료 등 풍성한 먹거리가 한가득 진열됐다. 일일이 주문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골라 먹으면 된다.

편의점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매출도 껑충 뛰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카페형 편의점 200곳의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푸드·즉석식품 매출 비중이 20.4%로 일반 편의점(10%)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일평균 객수와 1인당 객단가도 일반 편의점 대비 각각 41.9%, 53.6% 월등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은 한 명의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40초에서 1분에 불과할 만큼 목적성 방문이 매우 뚜렷한 업태"라며 "하지만 카페형 편의점이 늘면서 편의점에 대한 인식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편의점이 '필수 생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카페형 편의점에 대한 인지도도 몰라보게 높아졌다"며 "새로운 편의점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차세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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