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또 마주한 '법원의 시간'…길고 긴 법정싸움 예고
상태바
이재용 또 마주한 '법원의 시간'…길고 긴 법정싸움 예고
  • abc경제
  • 승인 2020.09.02 0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다시 '법원의 시간'이 왔다. 2017년 2월2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지 3년6개월 만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으로 아직도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또다시 기소되면서 그가 겪어야 할 법원의 시간은 수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충분한 공방과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수사 과정에서도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된 만큼 앞으로 길고 치열한 법리 싸움은 불가피해 보인다.

◇법원 "재판과정서 충분한 공방·심리로 결정이 타당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은 133쪽, 현재까지 작성된 수사기록은 모두 437건, 21만4000쪽 분량에 달한다.

검찰은 1년9개월에 걸쳐 수백차례의 관련자 소환조사와 50여회의 압수수색, 이 부회장 등 주요 관계자에 대한 영장 청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서 13명 중 10명의 위원이 이 부회장에 손을 들어주는 등 위기를 맞았으나, 검찰은 2개월 간의 고심 끝에 '기소'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다수의 전문가들에 조언을 구했다.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각계 외부 전문가 30여명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백 건의 의견과 자료를 검토하며 수사 내용과 법리, 사건처리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조언을 구했던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법학 교수와 회계 전문가, 변호사 등이 참여한 심의위에서도 대부분 위원들이 이 부회장 측 주장에 찬성 표를 던졌고 일부 위원들은 자본시장법을 폭넓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검찰과 변호인단, 전문가들이 각자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안이다보니 검찰의 공소유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기소에서 검찰이 영장에 없던 '업무상 배임'을 추가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영장실질심사와 심의위를 통해 서로의 '패'를 확인한 바 있어 삼성 측 역시 탄탄한 방어논리를 세우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

◇변호인단 "기소 왜 부당한지 법정서 하나하나 밝힐 것"

이는 이날 삼성 측 변호인단이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관련 증거들은 모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수사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제시돼 철저하게 검토됐다. 다시 반박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미 변호인단은 '사실관계가 소명되고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는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놓고 검찰과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법률적으로는 혐의가 소명됐다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판단한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 책임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보고받았는지, 합병과 합병비율 결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검찰이 이 부회장이 관여하고 보고받았다는 증거라 보는 '프로젝트-G' 문건의 상세한 내용을 두고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이 16개의 범죄사실로 구성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그 법리가 어렵고 입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당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법조계 인사가 얼마 없다는 게 서초동의 중론이다. 결국 검찰 측이 얼마나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을 잘 이해하고 삼성 측의 방어 논리를 깨느냐에 성패가 달린 것이다.

검찰 측은 지배력 강화 작업이 이 부회장 본인의 승계 목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본인에 보고가 안 되긴 어려운 성격이고 관련자들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내놨으며, 엘리엇이 합병 반대운동을 할 때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이 열었던 공동대응회의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의 합병 관여 혐의를 밝혀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검찰은 재판에서 혐의 입증의 주요증거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내부회의 녹취파일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녹취파일은 삼성 내부회의에 참석한 관계자가 직접 녹취한 것으로 상당한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녹취록은 수사심의위원회에도 일부 제시됐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에서 공개된 것은 녹취록 중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체가 공개된다면 이 부회장 혐의가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과 합병 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역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심의위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제시하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법리적 이유와 합병으로 인해 구 삼성물산이 오히려 시가 총액 53조원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이익을 보았다는 점 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소유지에는 이번에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 팀장으로 임명된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과 대전지검으로 이동하는 이복현 부장검사 등 수사팀의 팀장급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부장검사는 "남은 수사가 있고 삼성그룹 관련 뇌물 수수사건들은 공판에 여러가지 노력이 많이 필요한 프로세스"라며 "수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