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방, 살 땐 좋았는데 환불하려니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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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 살 땐 좋았는데 환불하려니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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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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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A씨는 최근 한 라이브커머스를 이용했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상품에 문제가 있어 환불을 신청했지만 보름 가까이 감감무소식이었다. A씨는 플랫폼에 "환불 신청만 2주가 걸린 적은 처음이다"라고 항의했지만 "판매자와 해결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유통업계에는 '라방(라이브커머스)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있다. 라이브 방송을 한 번 열었다 하면 마법 램프를 비빈 듯 고객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유명 호스트(진행자)를 만나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다.

라이브커머스는 백화점, 이커머스는 물론 대형 포털과 공공기관까지 앞다퉈 뛰어드는 대세로 떠올랐지만, 이면에는 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정의조차 애매한 신생 플랫폼인 탓에 관련법이 없거나, 소비자 보호제도가 허술한 실정이다.

◇TV홈쇼핑, 법적 책임 무거운데…라이브커머스 '규제 공백'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는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4년 남짓으로 매우 짧다. 2016년 중국의 타오바오, 징둥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왕훙(網紅·중국 인플루언서)들이 뛰어들면서 '대박'을 쳤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17년 190억위안(약 3조원)에서 지난해 4338억위안(75조원)으로 25배 성장했다. 올해는 9610억위안(167조원)으로 두 배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국내에 라이브커머스가 등장한 시점을 3년 전으로 추정한다. 티몬이 2017년 선보인 '티비온'(TVON)이 시초다. 이후 CJ 오쇼핑(쇼크라이브), 롯데홈쇼핑(몰리브), 현대홈쇼핑(쇼핑라이브) 등 TV홈쇼핑 업계가 경쟁하듯 진출했다. 현재는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포털까지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그립'(Grip)이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생 플랫폼인 탓에 한국에는 아직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정의나 통계가 없다. 사업 형태에 따라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PC·모바일 채널'로 분류될 뿐이다. 호스트가 방송을 켜고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식이다. 가령 신상 원피스를 판매하는 호스트는 댓글에 따라 옷을 입고 한 바퀴 빙글 돌거나, 옷을 뒤집어 안감을 비춰준다. 라이브방송을 줄여 '라방'으로 불린다.

생방송으로 물건을 판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종종 비교되지만, 사업자의 법적 책임과 소비자보호제도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TV홈쇼핑은 '방송'이라는 공중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식품표시광고법 등 기본적인 소비자보호법 외에도 '방송법'과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추가로 적용받는다. 업체 선정, 상품 품질 보증, 광고 표현 등을 깐깐하게 심의받은 후에야 비로소 방송을 편성할 수 있다.

또 5년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사업자 재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상품 편성비율', '소비자 피해 구제 및 보상체계 마련' 등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TV홈쇼핑이 판매자로서 취소·환불·손해배상 등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오픈마켓'에 가깝다.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통신매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방송법상 심의에서 제외된다. 플랫폼 사업자 대부분이 '통신판매중개자'여서 상품에 대한 책임도 거의 없다.

물론 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라이브커머스도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식품표시광고법 등이 적용받는다. 다만 이때도 입점 판매자에 한정된다. 라이브커머스에서 상품을 샀다가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플랫폼이 아닌 입점 판매자와 직접 다퉈야 하는 이유다.

심지어 오픈마켓보다 소비자보호 정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옥션·G마켓·인터파크·11번가 등 일부 오픈마켓은 2007년 '통신판매중개자 자율준수 규약'을 맺고 Δ전자금융거래분쟁센터 Δ경찰청 사이버안전국 Δ제품안전정보센터 Δ위조품 보상제 Δ고객실수 보상서비스 등 각종 피해 구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면 그립의 경우 고객센터와 이용약관 외에 어떠한 소비자 관련 정보도 표시하지 않고 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마다 소비자정책 '천차만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마다 품질 보증이나 소비자보호제도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자상거래 경험과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고도의 소비자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소규모 업체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스타트업 '그립'이 대표적이다. 그립은 지난해 2월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거래액이 12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5월 기준 1850개였던 입점 업체는 4000개로 두 배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그립이 소비자에게 '직접 배상'을 한 사례는 아직 한 번도 없다. 그립 관계자는 "고객이 환불이나 배상을 요청하면 판매자와 소통하도록 연결하고 있다"며 "회사가 직접 배상한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오픈마켓이 소비자 분쟁에 대해 '선 배상, 후 구상권 청구' 원칙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립은 지난해 11월 이용약관과 판매이용약관을 각각 개정하면서 '회사 면책 조항'을 한층 강화했다.

플랫폼 내에 '분쟁해결기준' 등 별도의 소비자보호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다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제공하는 일괄 취소·교환·환불도 그립에서는 불가능하다. 취소 또는 교환할 상품이 여러 개라면 개별 판매자에게 일일이 문의해야 한다.

반면 '카카오 쇼핑라이브', '쇼크라이브', '몰리브'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는 훨씬 폭넓은 소비자 보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에도 TV홈쇼핑과 동일한 소비자 보호 및 취소·환불 절차를 보장한다. 몰리브 이용자는 피해를 입으면 롯데홈쇼핑의 '시청자위원회'와 '고객만족위원회'로부터 구제를 받을 수 있다.

CJ ENM 오쇼핑도 라이브커머스 '쇼크라이브'에 대해 TV홈쇼핑과 동등한 수준의 소비자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내에 자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론칭하는 11번가도 기존 사업과 동일한 소비자보호 규정을 이용약관에 적용할 예정이다. 후발주자인 카카오 쇼핑라이브는 분쟁해결절차와 전자상거래 피해구제 대행접수 서비스를 표시·안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라도 사업자에 따라 서비스 품질은 천차만별"이라며 "경험이 많고 체계화된 기업은 신규 사업을 시작해도 고객 불만에 순조롭게 대응할 수 있지만, 소규모 신생 업체는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비교적 소비자 정책이 불완전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 네이버 '쇼핑라이브' 라이브 방송 갈무리© 뉴스1

◇"대형 사고 터지면 구제 방안 없다"…"규제 공백 메워야"

업계는 라이브커머스에서 '가짜 백수오 사건'이 재발할 경우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라이브커머스가 저마다 소비자보호제도를 마련했더라도 정작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을 빼면 현행법상 제재할 근거가 없어서다.

'가짜 백수오 사건'은 지난 2015년 건강기능식품기업 내츄럴엔도텍이 제조한 '백수오 궁'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되면서 터진 '대규모 환불 사태'다. 당시 백수오 궁 상품을 판매했던 6개 홈쇼핑 업체는 관련법에 따라 소비자에게 수백억원 환불과 손해배상액을 지급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이 저마다 소비자보호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규제 공백'이 드러난다"며 "정작 막대한 환불·배상이 요구되는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없다'며 빠져나가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비자들이 라이브커머스 브랜드를 믿고 플랫폼 안에서 상거래를 한다면 플랫폼 사업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지침)을 우선 마련하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의 '규제 공백' 문제를 인지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법 개정, 과기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제 가능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라이브커머스가 일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점은 사실"이라며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판매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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