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핵심은 배터리...가성비 경쟁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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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핵심은 배터리...가성비 경쟁 달아오른다
  • abc경제
  • 승인 2020.10.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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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현대차그룹 제공)/뉴스1

테슬라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의 '가성비'를 강조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낮추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태세입니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의 핵심은 배터리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사 간 협업이 성패를 가를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취임사를 통해 "고객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취임사에서 수소연료전지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보다 전기차를 먼저 언급한 것으로,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즉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차 생산을 최우선 현안으로 꼽은 겁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지만, 전기차에서는 미국의 테슬라를 추격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테슬라가 24.3%로 독보적인 1위입니다. 르노가 6.6%로, BYD가 5.5%로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있고, 현대차는 4.6%로 4위입니다. 같은 현대차그룹 브랜드인 기아차는 2.9%인 8위로, 현대와 기아 두 브랜드를 모두 합한 점유율은 7.5%에 달합니다. 테슬라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점유율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존재감이 여느 글로벌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23일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이처럼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시기 면에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9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데이' 행사를 통해 성능 향상과 생산 비용 절감을 핵심으로 한 '4680'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4680은 지름 46㎜, 길이 80㎜인 원통형 배터리를 의미합니다. 테슬라는 이를 기존 배터리보다 56%가량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머스크는 이 같은 배터리를 기반으로 2022년에는 기존 전기차의 반값 수준인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해 전 세계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정의선 회장 역시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완성차 업체들의 존망을 좌우할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의 핵심은 배터리에 있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6월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7월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SK·현대차 제공)© 뉴스1

당시 논의 내용이 세세하게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회동에서의 논의 핵심은 이번에 정 회장이 취임사에 밝혔듯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수급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 부회장은 당시 회동에서 전고체나 리튬황과 같은 각 사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당장 내년과 내후년 생산할 전기차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해법을 직접 모색하려 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 후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점입니다.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현재 전기차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리스나 렌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터리 생산원가를 당장 낮추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배터리 리스나 렌털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6월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정 부회장과 구 회장은 미래 배터리 관심 사안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 제공) 2020.6.22/뉴스1

최근에는 현대차가 LG화학과도 BaaS 사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LG와 SK 모두 현대차와 실질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2021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배터리 공급사이고, LG화학은 2022년 양산 예정인 E-GMP의 배터리 공급사입니다.

정 회장의 배터리 사업장 방문은 재계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 화제가 됐었습니다. 당장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꿰뚫어 보고, 재계 라이벌 관계를 넘어 사업 파트너로서 실질적인 협력안을 모색하려는 행보로 읽힙니다.

'우리에게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있고, 전기차 배터리 전 세계 점유율 상위 10위권에 3개 기업이 포진해 있다. 이런 좋은 여건을 가진 국가가 몇이나 되겠냐'는 배터리 업계 관계자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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