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과로사' 택배업계 양대 난제…28년간 왜 못 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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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비·과로사' 택배업계 양대 난제…28년간 왜 못 풀었나
  • abc경제
  • 승인 2020.11.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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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택배비'와 '과로'는 택배업계가 30년 가까이 풀지 못한 난제(難題)다.

택배 단가는 1992년 택배산업이 등장한 이래 꾸준히 떨어졌다. 현재 국내 택배 단가는 해외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택배 물량은 28년간 무려 4500% 폭증했다. 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가격은 낮아지는 꼴이니, 택배기사는 일정한 수입을 얻으려면 해마다 더 많은 택배상자를 옮겨야 하는 구조다.

택배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입원인 택배비가 매년 낮아진 탓에 주요 택배사의 영업이익률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배송을 하면 할 수록 적자가 나는 택배사도 적잖은 실정이다. 결국 택배비는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택배사의 수익과 맞물린 문제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수십년째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뉴스1은 택배산업 속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택배 난제'를 들여다봤다.

© News1 이지원, 최수아 디자이너

◇물량 50배 늘었는데 단가는 1/3토막…택배사·택배기사 둘 다 울었다

4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연간 국내 택배물량은 1998년 5975만개에서 지난해 27억9000만개까지 47배 급증했다. 2000년 1억개, 2005년 5억개를 돌파한 택배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무섭게 커졌다. 택배업계는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36억개까지 30%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자 그대로 '주문이 쏟아지는' 형국이니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모두 부자가 됐을 법도 한데, 실상은 딴판이다. 올해에만 10명이 넘는 택배기사가 사망했고, 대형 택배회사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소 택배회사는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낮은 택배비'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단가는 박스당 평균 2269원으로 해외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페덱스는 8달러90센트(1만88원), UPS는 8달러60센트(9750원)로 최대 4.4배 비싸다. 일본 야마토 익스프레스 택배비도 676엔(7353원)으로 3배 넘는 가격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 택배비가 처음부터 헐값은 아니었다. 1992년 ㈜한진이 최초의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을 무렵 수도권은 4500원, 지방은 7000원을 받았다. 28년 동안 택배 운임이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택배물량은 폭증하는데 가격은 낮아지다보니 남는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상자와 낮은 이익률뿐이다.

한국교통원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받는 평균 '배송 수수료'는 2010년 850원에서 올해 732.1원으로 14% 줄었다. 10년차 택배기사가 첫해와 동일한 수입을 올리려면 현재는 14% 더 많은 택배를 배송해야 하는 셈이다.

택배회사도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국내 택배회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2~3%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10조415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07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에 그쳤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2조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4.4%, 0.7%만 남겼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판도라 상자 같은 '택배비 현실화'…28년 동안 제자리걸음

택배 단가를 올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00원 남짓한 돈을 택배회사-유통업체-운수업체-대리점-택배기사 5자가 나눠 갖는 구조이다 보니 100원을 올리려고 해도 첨예한 이해관계를 뚫어야 한다. 택배비 현실화가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이유다.

택배의 유통경로를 보면 이해가 쉽다. 유통업체는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포장해 집화 택배기사에게 넘긴다. 집화 택배기사가 택배를 한데 모으면 간선수송트럭 운전기사가 허브터미널(중앙 거점)로 1차 배송을 한다. 허브터미널에서 지역별로 분류된 택배 꾸러미는 다시 간선수송트럭을 타고 서브터미널(지역 거점)로 옮겨진다. 이후 택배를 주소지별로 세분류한 뒤에야 배송이 시작된다.

택배 한 상자에 유통업체, 집하기사, 간선트럭 운수사, 배송기사 5자가 붙는 셈이다. 여기에는 업계 관행처럼 행해지는 '택배비 백마진'(리베이트)이 숨어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상품을 결제하고 택배비 2500원을 지불하면 택배회사에는 많게는 2200원에서 적게는 1700원의 돈이 떨어진다. 중간 차액 300~800원은 유통업체가 '물류비'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간다.

택배회사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실정이다. 이커머스, TV홈쇼핑 등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는 기업화주 앞에서 택배회사는 을(乙)일 수밖에 없다. 택배기사가 거래처 관리를 위해 택배 단가를 낮춰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 택배비가 낮아지면 택배회사 영업이익과 택배기사 수수료도 자연히 줄어든다.

택배비를 '최저입찰제'로 정하는 현행 제도도 골칫거리다. 타 택배사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해야 배송 계약을 따는 구조여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했다. 2000년대 초까지 국내에 60여개 택배회사가 등장했던 점을 비춰보면 '택배비 인하'는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고백이다.

결국 택배업계는 '시장'에 기대어 생존했다. 적자를 감수하고 인프라 투자를 거듭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이다. 택배기사 1명이 배송하는 가구 수가 많아질수록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익도 높아진다. 다행히 한국의 1인당 연간 택배 이용횟수는 53.8회로 세계 1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택배산업은 택배비 현실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망하지 않을 수준'으로 영업을 계속했다"며 "택배회사와 택배기사는 어떤 면에서는 서로 동고동락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시장원리 vs 국가개입 '난제'…"최소한 개입으로 등 밀어줘야"

정부가 나서서 택배비를 바로잡는 방법도 까다롭다. 현행 택배비가 애처로울 수준으로 낮긴 해도 엄연한 '시장 가격'이다. 섣불리 법과 제도로 조정하려 들면 '물류 체인'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아예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택배기사 근로계약서·산재보험 확대 등 개선 대책을 총망라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택배요금 신고제'도 포함됐다. 택배회사가 대형 화주에게 '백마진'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이 돈을 택배기사 수수료 또는 인프라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택배요금 신고제는 입법 예고 직전에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택배 운임 단가를 신고할 경우 택배업체간 담합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을 토대로 다시 정책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생활물류법에도 택배비 관련 규정은 없다.

산학계는 시장원리를 침해하지 않는 '경계선'에서 최소한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당장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3사가 수천억원을 투자해 분류인력 6000명을 충원하고 자동화설비를 확대하기로 한 이상, 택배사의 수익성도 함께 높여야 균형있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배경에서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택배비 현실화와 과로사 문제는 '택배종사자 최저임금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법을 '택배법'으로 삼고, 업계 평균 수입을 토대로 택배기사 전용 최저임금을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택배비는 크게는 시장원리, 좁게는 물류체인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택배비만 따로 떼어 현실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가가 택배비에 손을 대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택배 단가가 턱없이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현행보다 택배비를 2배 수준으로 높이려면 최소한의 수준에서 국가가 개입해 택배기사의 최저임금을 정해주고, 택배비 백마진 등 관행을 규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최저임금 하한선을 합리적으로 설정한다면 택배기사는 조금 더 벌 수 있는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와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직영기사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택배회사도 일정 수준 택배비를 높여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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