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복장' 한국은행…'꼰대 혁신' 주도하는 이주열 총재
상태바
'자율복장' 한국은행…'꼰대 혁신' 주도하는 이주열 총재
  • abc경제
  • 승인 2021.01.05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뉴스1

한국은행이 2021년을 맞아 양복을 벗어던졌다. 올해부터 한은에서 '복장 자율화'가 전면 시행되면서 새해 첫 근무일인 4일 직원들은 평상시와는 사뭇 다른 차림으로 사무실에 속속 등장했다. 정장 대신 니트와 청바지, 운동화를 갖춘 직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평소대로 정장을 차려입은 직원도 있었지만,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조직의 낯선 변화에 다소 들뜬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그도 그럴것이 검은색 또는 남색의 정장 재킷과 바지, 검은색 구두, 단추를 목까지 정직(?)하게 꽉 채운 흰색 와이셔츠는 그간 한은 직원들 사이에선 '교복'처럼 통했다. 푸르딩딩한 정장 일색의 사무실에서 다른 색깔의 정장을 입었다간 주변으로부터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해부터 금요일마다 복장 자율 제도가 첫 시행되긴 했지만, 월화수목 이어지는 정장 행렬에 금요일이라고해서 "이때다"를 외치며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직원은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널리 행해진 복장 자율화가 한은에선 암묵적인 금기로 여겨졌다. '한은=경직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안정적인 통화정책 추구가 한은의 제1 목표라고는 하지만 젊은 직원들에게 '전통은 곧 법'이라는 식의 사내 문화는 갑갑함을 넘어 '꼰대 문화'로도 비칠 수 있었다.

이에 이주열 한은 총재가 조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오랜 관행을 깨고 복장 자율화 전면 시행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기 위한 이 총재의 '파격'은 비단 복장 자율화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초부터는 매주 금요일 한은의 2030 젊은층 직원들이 DJ가 되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도입했다. 지난해 6월12일에는 창립기념일을 맞아 이 총재가 라디오에 직접 출연했다. 이 총재는 방송에서 젊은 직원들로부터 격의 없이 질문을 받고 선곡도 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크게 확산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총재는 시간이 날 때면 젊은 직원들과 수시로 식사 자리를 가지며 소통에 힘써왔다. 휴일이면 각종 경영서적을 탐독하며 젊은층을 아우르는 사내문화 구축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여기에는 저성장·저물가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문화 먼저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이 총재의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총재가 연임에 성공하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8년 4월 전면에 내세운 화두도 '변화와 혁신'이었다.

그는 당시 취임사를 통해 "조직운영에 있어 이전 4년간 '안정'을 우선시했다면 앞으로의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두겠다"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 생산성을 높여 나가도록 하겠다. 불필요한 절차나 관행으로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기술 발전으로 금융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속에서 외부 변화에 둔감했다간 추후 한은의 발전을 옭아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해 6월 창립 제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발전전략'(BOK 2030)에서 전략 방향으로 설정한 것도 '개인 전문성, 조직 시너지, 유연성'이었다. 금융·경제 환경의 빠른 변화와 디지털 혁신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조직과 인사 운용체계, 업무수행 방식, 조직문화를 단계적으로 재구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한은 한 관계자는 "한은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거듭나기 위한 시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2020.11.26/뉴스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