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소부장?…'홀대'받는 K-뷰티·패션 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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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소부장?…'홀대'받는 K-뷰티·패션 소부장
  • abc경제
  • 승인 2021.04.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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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소부장 키워야 한다고 정부가 지원도 하고 대책까지 마련하는데 뷰티와 패션업계에도 소부장이 있다는 걸 아예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만난 뷰티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입니다.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제조업은 소부장 업체들이 눈에 보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핵심 소재와 부품의 수출을 제한하자 소부장 국산화에 나섰습니다. 소부장 경쟁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산화를 위해 상당한 정책자금을 투입했는데요. 지금은 그 결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션·뷰티에도 소부장이 있다는 주장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화장품 산업 구조를 조금만 뜯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금방 이해가 됩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자신이 쓰는 화장품을 브랜드가 직접 생산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 화장품의 경우 이런 오해는 더 강합니다.

한때 'K뷰티' 열풍에 승승장구했던 이니스프리·에뛰드(아모레퍼시픽그룹)·더페이스샵(LG생활건강)·미샤(에이블씨엔시) 등 로드숍 화장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화장품 뒷면을 보면 제조업체명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들 화장품 상당수는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입니다.

화장품업계의 이같은 분업 구조를 생각한다면 화장품 ODM 기업들이 바로 뷰티업계의 소부장인 셈입니다. 한국콜마나 코스맥스가 대표주자입니다.

물론 화장품 대기업의 경우 ODM 기업과 공동연구로 화장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화장품은 제조사의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된 제품입니다. 좋은 품질력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신뢰도 두터운 편입니다.

화장품 브랜드 창업이 쉬워진 것도 이들 덕분입니다. 브랜드사에서 좋은 콘셉트만 제시해 주면 제조사가 화장품 제조 생산 공정을 도맡아 화장품을 생산해주기 때문인데요. 최근 젝시믹스도 에슬레저 뷰티라는 콘셉트로 화장품을 론칭했습니다. 젝시믹스의 브랜딩과 코스맥스의 기술력이 결합해 탄생한 것입니다.

K뷰티 성공 신화엔 ODM 업체들의 공이 컸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가 3조원이란 거액에 유니레버에 인수되는 K뷰티 신화를 써내진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상 이들이 신생 화장품 회사를 '인큐베이팅'(배양)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런 노력 덕분에 화장품 제조사들은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콜마의 매출은 1조524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1조 클럽'에 들며 K뷰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코스맥스도 지난해 1조3829억원이란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습니다.

뷰티 산업만이 아닙니다. K패션에도 반도체 소부장 못지않은 사업이 있습니다. 외주 업체 상품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위탁받는 패션 ODM 기업들입니다.

대표 패션 ODM 기업인 한세실업은 나이키·갭은 물론 월마트·타겟에 위탁받은 의류를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패션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옷을 입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인데요. 한세실업은 철저한 품질관리로 업계 요구 수준을 훨씬 밑도는 불량률을 내며 K패션 품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패션의 위상을 높이는데 동대문의 제조력도 일조했습니다. 동대문은 좋은 원단·패턴 품질 및 가성비 높은 비용으로 미국·중국 등 글로벌 바이어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는 신진 디자이너들도 국산 섬유 경쟁력으로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제조 강국 반열에 오른 것은 단순 브랜드사만의 공로는 아닐 겁니다. 든든한 지원군인 뷰티·패션 제조사의 기술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들이 정부의 지원이나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성장동력으로 K뷰티와 K패션을 꼽을 때 이들 역시 한 일원으로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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