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과 재벌총수 사이…'용진이형' SNS 2.0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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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과 재벌총수 사이…'용진이형' SNS 2.0 필요하다
  • abc경제
  • 승인 2021.06.0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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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광고에 등장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뉴스1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로 친근한 소통을 이어오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 문을 연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과 관련한 글 게시 중 특정 표현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정 부회장은 지난 25~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럭과 가재 요리를 소개하면서 '잘가라 우럭아. 네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고 고맙다' '가재야 잘가라.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문구를 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7년 3월, 세월호 사고 선박이 인양된 팽목항에서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글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범사회적 아픔에 대선주자가 남긴 메시지는 이후 '망자에게 고맙다는 표현이 이상하다'며 온라인 상 '밈'(Meme) 즉 일종의 패러디물을 다수 양산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여기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논란이 확산했습니다. 일각에선 세월호 희생자를 우럭과 가재 요리에 빗댄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정 부회장은 이런 비판이 제기되던 와중에도 소고기 요리 사진을 추가 게시,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는 글을 썼습니다. 이 문구 역시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쓴 방명록 글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5월의 마지막 주말 이런 논란은 들불 번지듯 더욱 커졌습니다.

이를 의식한듯 정 부회장은 글 내용을 '육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일품임. 남의 살, 아 진짜 맛나게(맛있게) 먹었다 고맙다'로 바꿨습니다. 본인의 표현이 논란으로 더 번지는 것을 막는 모양새였는데요.

정 부회장은 이외 다른 해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 역시 "'미안하다. 고맙다'는 표현은 온라인에 올라오는 음식 관련 게시물에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라며 "의도를 가지고 (해당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샥스핀 요리 영상 © 뉴스1

그런데도 이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일각에서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커피, 이마트 불매 운동' 까지 거론됩니다. 이는 그간 정 부회장의 '논란적 발언'이 쌓여온 탓일 겁니다.

그는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창단 직전이던 3월말,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를 통해 '키움히어로즈를 발라버리겠다'거나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겨냥해)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이 없다' 등 도발적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이는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정 부회장 육성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 탓에 더욱 파급력이 컸고, 일각에선 '예의없다'는 지적도 일었죠.

최근엔 샥스핀 요리 사진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조선팰리스 고급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의 요리 재료로 나온 샥스핀이 잔인한 상어 어획 방식 탓에 일부 국가에선 유통·판매를 금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환경론자도 정 부회장 비판에 가세한 상태입니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모든 소셜미디어는 본인이 직접 관리, 운영 중입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홍보를 위한 일부 사진을 요구하는 등 지원은 있지만, 오롯이 개인활동"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맛집과 운동을 좋아하고,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 것은 어쩌면 그룹 총수보다는 한 자연인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그의 SNS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소탈함과 소박함 때문인데요.

그러나 그냥 자연인이라고 하기엔 영향력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인스타그램 65만명, 클럽하우스 2만3000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마트 유튜브 계정에 출연만 했다 하면 조회수가 100만명을 가볍게 넘기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 때문에 '경영인' 활동 외에도 '유명 셀러브리티'로서 책임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진과 표현을 통해 신제품 홍보와 자연스러운 접촉 등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총수가 직접 하는 일인데다 SNS는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는 탓에 그의 행동에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있는 내부 인사는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인데요.

개인 계정 이상 파급력을 가진 정 부회장의 소셜 미디어에는 현재 '급제동'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는 상태입니다. 업계 일각에선 영향력을 가진 그의 이런 행보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어가기 위해 전담 팀이나 그를 보좌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나 개인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한 활동인 탓에 최종 결정은 정 부회장의 몫입니다.

물론 정 부회장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가볍게 즐기고 일상을 공유하는 행동에 너무 과거의 '잣대'로 판단한다며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이들은 오늘도 1~2만개의 '좋아요'로 호응하며 그의 소셜미디어 운영 행보를 응원 중입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5월의 마지막날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란듯 골프 사진엔 '정말 고맙다'고 적었습니다. 앞서 제기된 비판을 수긍할 수 없다는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부회장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초연결사회 속 단순한 사적 활동을 넘어서는 기업차원 활동이란 인식이 필요하다"며 "문맥(context)을 이해하지 못한 활동은 언제든 지탄받을 수 있다. 보다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번쯤 새겨들어야 할 충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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