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아산 정주영의 나눔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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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아산 정주영의 나눔 철학
  • abc경제
  • 승인 2020.02.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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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아산)은 밀튼 프리드먼이 대변하는 기업철학인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지했던 것 같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고용과 납세가 이루어지고 협력업체들이 살 수 있다. 품질 좋은 물건을 잘 공급하면 사회의 복지 수준이 높아진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지도적인 이념으로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다른 경로로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산은 기업이 부실해지거나 부도가 나면 사회에 폐를 끼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아산이 “기업이 튼튼하려면 사회가 건강해야 하고, 기업가로서 성공한 사람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확고한 기업철학을 가졌었다고 전한다.

아산의 회고록 제목은 ’이 땅에 태어나서‘다. 책 맨 뒤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이 땅에 태어나서 한 사람의 기업인이자 성실한 노동자로서 이 나라의 비약적 발전에 한몫을 다한 것에 대해 무한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을 기업인인 동시에 노동자로 본 인생을 살았던 아산은 현대의 성장에 기여한 근로자들을 마음으로 항상 잊지 않았다.

1970년대에 정부가 현대건설의 기업공개를 종용했을 때도 공개를 미루고 그 대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50%를 출연해서 1977년 7월 1일에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재단)을 설립했다. 배당금으로 사회복지사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아산재단 홈페이지에는 아산이 재단 설립발표 기자회견 중 한 말이 소개되어 있다.

"사람이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괴롭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병고와 가난이 그것입니다. 병고와 가난은 악순환을 일으킵니다. 병치레를 하다 보면 가난할 수밖에 없고, 가난하기에 온전히 치료받을 수 없게 됩니다. 현대는 건강하고 유능한 수많은 사람의 힘으로 오늘날까지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의 재산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에 뜻깊게 쓰고 싶다는 것이 저의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산재단의 최 주력 사업은 아산병원이 상징하는 의료사업이다. 서울아산병원을 포함 전국 여덟 곳에서 병원을 운영한다.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6월 개원해서 총 2705병상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이다. 2019년 뉴스위크지는 서울아산병원을 한국 1위의 의료기관으로 선정했는데 아산병원은 글로벌 10대 병원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아산재단은 2018년까지 사회복지사업에 총 1114억 원(4636단체), 장학사업에 658억 원(총 3만2214명), 학술연구에서 총 212억 원(2,340건)을 지원했다. 수많은 독지가들이 재단의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데 서울아산병원 1층 홀에 기부자들의 이름이 기려져 있다.

아산재단의 발전은 아산의 유지 중에서도 비중이 매우 큰 것이다. 아산은 아산재단이 ”100년, 200년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몇 안 되는 소망이며 아산재단의 발전이 현대를 있게 한 사회에 대한 보답이고 ”한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해 일해서 크게 발전한 한 개인의 생이 거두는 최선의 보람“이라고 생각했다.

2011년 10월에는 아산의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의 목적은 아산의 도전과 혁신 비전을 전승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 확산을 위한 제반 사업을 하고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청년 창업가와 사회개혁가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고 창업 생태계 구축에 노력한다.

아산나눔재단의 상징인 ‘마루180’은 2014년에 문을 열고 청년들에게 창업 인프라, 네트워크, 교육을 제공해 왔다. 국내 대표 창업지원센터로 자리매김했고 서울 역삼동 일대를 스타트업 중심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0년에는 ‘마루360’이 출범해서 제조, 뷰티, 브랜드 등 분야의 창업가와 크리에이터가 교류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시작한다.

사실 신세대는 아산에 대해 별 기억도 이미지도 없다. 그러나 정작 신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산의 혁신과 창업 정신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가난했던 사람이 각 분야 글로벌 5대 기업 3개를 포함해 무수한 기업을 창업하고 성공시킨 정신은 화성에 가겠다는 일론 머스크도 한참 고개를 숙일 일이다.

아산나눔재단은 아산의 신세대에 대한 유산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미래지향적 방식으로 발현되는 곳이다. 아산이 돌아와 후세들이 해놓은 것들을 하나씩 살펴본다면 아마도 아산나눔재단의 활동을 보고 가장 기뻐할 것 같다. 역삼동에서 한국판 아마존과 구글이 자라고 있기를 기대한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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