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많은 호텔 패키지, 가격 못 내리는 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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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많은 호텔 패키지, 가격 못 내리는 사정은?
  • abc경제
  • 승인 2020.03.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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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는 최근 관광객 급감으로 호텔의 공실률이 높아졌다는 소식에 가족과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특급호텔은 아무래도 위생이나 방역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걱정도 크지 않았다. 특히 빈방이 많으니 자연히 가격도 저렴해졌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가격을 확인하고서는 계획을 접었다. 예전에 봤던 호텔 패키지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는 "몇 천원짜리 항공권도 나오고 있어서 당연히 호텔 패키지 가격도 내려갔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호텔은 수요 공급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이 고객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지만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호텔들은 가격을 낮추면 잠깐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고 설명한다.

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절정에 달한 지난달 20일 이후 고급호텔들의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호텔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객실 패키지 예약은 예년 대비 70~80% 급감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프로모션 적용 가격 맞아?"…작년이랑 큰 차이가 없네

주요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봄맞이 패키지 가격은 20만원 중반대(스탠더드룸 1박 기준)부터 30만원 중반대에 이른다. 객실과 이용 서비스에 따라 40만원이 넘는 상품도 있다.

서울 시내 A 특급 호텔 관계자는 "손님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객실 요금은 예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패키지 가격 역시 큰 변동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호텔 업계에서는 코로나 19 사태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넘기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고급호텔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나 호텔예약 앱을 이용해도 일정 수준으로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호텔 관계자는 "특급호텔의 경우 브랜드 가치 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며 "또 가격을 낮추면 당연히 예약률은 높아지겠지만 객실 서비스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의 이용 비중이 높은 3~4성급 호텔이나 주요 리조트의 경우도 사업 관계 등을 고려할때 대폭 할인이 장기적으로 이득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호텔들은 해외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특정 여행사와 'B2B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일반 고객들의 이용 요금을 과도하게 낮추면 여행사와 계약에서도 가격대를 낮춰줘야 한다"고 전했다.

특급호텔의 경우 객실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가격 유지' 이유로 꼽힌다. 예식장·연회장 등 임대 사업, 외식 프랜차이즈 등 식음 사업, 면세점 사업 등 숙박외 사업분야의 비중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이 면세점·외식 프랜차이즈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숙박사업의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면서 "면세점·외식업 사업도 호텔 브랜드의 럭셔리 이미지가 유지돼야 잘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봄 패키지 키워드 봄·로맨스 대신 '건강·안전'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호텔들의 패키지 키워드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봄·꽃·로맨스' 등이 핵심 키워드였지만 지금은 '위생'과 '안전'을 가장 내세우고 있다.

호텔에서 마련한 특식을 레스토랑이 아닌 룸서비스를 통해 객실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재료를 사용한 식사·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마케팅 역시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위기 속에선 '안 팔리는 것'이 당연하고, 최근에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라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자니 역풍이 걱정되고, 안하려니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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